예술적 실천과 비예술적 조건

[안민욱 개인전] 2015.08.04~09.13 문화공장오산


안소연 | 미술비평가


안민욱은 일상에서의 예술적 실천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한 사유는 예술의 쓸모에 대한 스스로의 깊은 회의와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일상의 가치로부터 한 발 물러서 있던 예술의 오랜 태도는 수많은 현대의 예술가들로부터 계속해서 도전 받아왔다. 적어도 20세기 초 서구 아방가르드의 실천에서부터 1950~60년대 네오 아방가르드의 실험,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동시대미술에 이르는 예술가들의 계속되는 사회적 관심 등을 고려해 볼 때 예술과 현실 사이의 거리는 눈에 띄게 좁혀졌다. 그러한 흐름에서 안민욱은 예술적 실천의 사회적 쓸모와 그것을 작동시키는 현실 사회의 비예술적 조건들에 대해 관찰한다. 다시 말해서, 그는 예술적 생산이 이루어지는 장소와 그것이 작동되는 현실의 사회적 조건이나 구조 등에 특히 관심을 가져왔다.

 

오산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2015년 오산연고 작가 발굴에 선정되어 열린 이번 개인전은, 그가 영국 유학 후 자신의 거주지 오산으로 돌아와 그 지역 공간을 기반으로 모색해 온 작가로서의 활동을 소개한다. 신작을 포함한 총 5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는 그간 일상의 생활공간에서 실천하고 경험했던 자신의 예술적 생산 활동과 그때의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계속된 질문을 던진다. 그는 2008아르스(ars)”라는 이름의 예술 사무소를 기획하여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면서 사회적 환경 조건에 개입하는 일련의 예술적 실천과 그 과정에 주목해 왔다. 전시된 작품 중 <A Dog and A Pram at Wimbledon>(2013)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면, 안민욱은 자신이 만든 성인용 유모차와 바퀴 달린 강아지 모형을 가지고 영국의 윔블던 거리를 산책하고 있다. 일상에 개입한 그의 소소한 실천은 일상 속의 평범한 행위, 즉 유모차를 끌거나 강아지를 데리고 거리를 산책하는 등 특별할 것 없는 일과를 반복한다. 그러나 그러한 일상의 행위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그는 임의의 도구들(instruments)”을 끌어들인다. 그것은 그가 작가로서 이웃들의 일상에 개입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수단이자 매개가 된다. 그는 무엇이 예술인가라는 진부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경계의 지점을 모색한다. 예술과 일상, 각각이 충돌하거나 어긋나 벌어진 틈에서 할 수 있는/해야 하는 일들을 작가는 상상한다. 이에 안민욱은 <A Dog and A Pram at Wimbledon>에서 개와 유모차를 끌고 거리를 산책한 것이다. 그가 한 일이라곤 윔블던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걷기뿐이었지만, 그의 걷는 행위에 우리가 새삼 주목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만들어 끌고 다니는 특이한 물건들때문이다.

 

이처럼 안민욱은 일상의 어떤 장소 혹은 어떤 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을 직접 제작한다. 그는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들로 거대해진 현실의 풍경에서 작업의 아이디어를 얻어 그것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되 기존의 가치 및 질서에 조금씩의 차이를 발생시킨다. 어른을 태우고 다니는 유모차와 얼굴에 아이패드를 장착한 모형 강아지가 그렇다. 그는 이웃들이 실천하고 있는 일상의 평범한 행위에 직접 가담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행위에 조금 낯선 방식으로 접근하여 보이지 않던 어떤 경계를 벌려놓는다. 신작 <. 아이. 와이 (D. I. Y)>(2015)<바우하우스(Bow House)-초롱이의 집>(2015)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의 작업 공간을 둘러싼 여러 가지 환경과 조건에 대해 스스로 반응하고 개입하면서 생산해낼 수 있는 일련의 결과물들에 초점을 맞췄다. 문화공장 오산 3층 전시실 중앙에 설치된 <. 아이. 와이>는 작가가 작업실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든 이동식 선반이다. 벽면에 크게 출력해서 붙여놓은 그의 작업실 내부 사진을 배경으로 이동식 선반의 쓸모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사회적 필요와 합의를 거쳐 대량 생산된 물건이 아닌, 오로지 사적인 용도로 한 개인이 생산해낸 비합법적인 물건들의 정체를 규명하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안민욱은 지금, 작업실 안에 있어야 할 그 이동식 선반을 전시장 한 가운데 가져다 놓음으로써 그것의 쓸모, 기능, 의미 등을 계속해서 되묻는다. <바우하우스-초롱이의 집>은 작가가 키우는 개의 집을 건축가 김영배와 협업하여 새롭게 제작한 프로젝트다. 그의 유머가 엿보이는 이 작품의 제목을 보면, 안민욱은 많은 부분 20세기 초 독일의 조형학교 바우하우스(Bauhaus)”를 참조하고 있다. 당시 바우하우스가 전면에 내걸었던 실험적인 모토는 그 이름대로 집을 짓듯(Hausbau)” 예술의 기능성을 최대한 강조하는 것이었으며, 이는 예술과 기술의 경계 혹은 그 접점에서 모색될 수 있었다. 어쩌면 안민욱은 한 때 독일의 바우하우스가 추구했던 예술의 생산 방식을 자신의 오산 작업실에서 재가동시키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안민욱은 거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1960년대 이후의 현대미술이 크게 주목했던 예술의 수행적 가치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있다. <플랜 비 스테이지 (Plan B Stage)>(2015)2014년 오산의 한 비영리 공간에서 무대 형식으로 설치했던 동명의 작업을 사진으로 찍어, 그것을 배경으로 새롭게 제작된 2015년 버전의 작업이다. 2014년 당시, 안민욱은 전시 공간의 천장 일부를 뜯어내 평상시에는 완전히 가려 있었던 공간을 일시적으로 공개했다. 천장 위로 그 아래만큼의 텅 빈 공간이 숨어 있을 줄 어느 누구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작가는 전시장 바닥에 무대를 설치해놓고는 느닷없이 무대가 아닌 그 위로 시선을 옮겨 천장 너머의 쓸모없는 공간을 보라 했다. 그는 공기순환기를 이용해 아래의 공기를 위로 유입시켰고, 천장의 조명은 무대를 비추는 대신 일제히 천장 위 암흑의 텅 빈 공간을 향하게 했다. 결국 쓸모없이 버려진 공간을 조명한 무대는 건축적 설계의 효율성과 그 기능에 의해 쓸모가 박탈되었던 비장소의 현존을 환기시켰다. 따라서 안민욱은 단지 예술의 효용성과 기능성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을 거다. 오히려 그는 현실의 비예술적 조건 내에서 어떻게 예술적 실천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시킬 수 있을 것인가, 또 그러한 예술의 수행적 태도는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어떠한 현실적 발언을 가능케 하는가 등의 사유를 이어갔다.

 

<어둠은 잠시, >(2015)에서 안민욱은 실제의 공간에 대한 또 다른 개입을 시도했다. 이 작업은 애초에 오산 종합운동장 인근의 지하도 공공미술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했던 일인데, 중도에 무산돼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는 과거의 계획을 수정해 문화공장오산 전시장에서 그것을 실현시켰다.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지하 통로는 참 독특한 공간이다. 마치 동굴처럼 이중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오래된 지하도는 <플랜 비 스테이지>에서의 천장만큼이나 현실에서 우리의 시각 경험을 전복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안민욱은 나무 구조물로 재연한 지하도를 전시장에 끌어들여 우리로 하여금 현실에서의 그 낯선 경험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그는 쉽게 자각할 수 없는 일상의 비예술적 환경과 조건들에 개입해 언뜻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익숙한 상황에 접근한다. 그리고 이때 그는 우리의 비/일상적인 경험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일련의 도구들을 제작함으로써 일상에서의 예술적 실천을 도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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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ic Practices and Inartistic Conditions 

[Minwook An Solo Exhibition] August 4, 2015-September 13, 2015 Cultural Factory Osan

So-yeon Ahn | Art Critic

 

Minwook An thinks about artistic practices in daily life. His thoughts seem to have come from continuous introspection about artists' social roles and a skeptical mindset regarding the use of art. The long-standing approach in art of standing one step away from everyday values has faced continual challenges from many contemporary artists. Considering Western avant-garde practices in the early 20th century, the experiments of the neo-avant-garde of the 1950s to 1960s, and artists' growing social interest from postmodernism to contemporary art, the distance between art and reality has been significantly reduced. Under this trend, Minwook An observes the social use of artistic practices and current society’s inartistic conditions which carry out these practices. In other words, he has shown particular interest in the venues, social conditions and structures where art is produced and operated.

 

This time An's solo exhibition marks his appointment as a selected artist for the Exhibition for Finding Artists from Osan 2015, hosted by the Osan Cultural Foundation. Having returned to Osan, his hometown, after studying in Britain, he has continued his activities as a local artist, introducing works through the exhibition. Through a total of five works, including new ones, the artist keeps asking questions about the production of his own art, which he practiced and experienced in areas where he lived, and his identity as an artist. Since founding an art office he calls "ars" in 2008, he has carried out various projects and paid attention to a series of artistic practices and their procedures that intervene in environmental conditions. In the video work A Dog and A Pram at Wimbledon (2013), Minwook An strolls down streets in Wimbledon Britain with a pram designed to carry an adult and a wheeled dog that he produced. His small practices intervene in daily life by repeating ordinary activities that are not so special, like walking around streets with a stroller or a dog. However, when carrying them out, he arbitrarily uses instruments, which become important measures and means for the artist to be engaged in neighbors' everyday lives. He does not look for the answer of stale question of "what is art?" but examines the boundary areas instead. He imagines what he can/must do in the gap generated while art and daily life clash and crack. So the artist in A Dog and A Pram at Wimbledon walks a dog and pushes a stroller. What he does is just an ordinary-day walking in Wimbledon, but the walking draws our attention because of the unusual objects he made and carries.

 

An makes various instruments to intervene in certain places or circumstances in daily life. He gains ideas for artwork through real life landscape that have become bloated due to many social factors, and actively engages in such situations and generates small differences in conventional values and orders. A stroller for an adult and a dog with iPad head are the examples. He takes part in the same routines as his neighbors, but at the same time extends invisible gaps between him and others using unfamiliar approaches. The newly made D.I.Y. and Bow House-Cholong's House (2015) are similar: he focused on chains of results generated from his response to and interference with the varied environments and conditions surrounding his workspace. D.I.Y., installed at the center of an exhibit hall on the third floor of Culture Factory Osan, is a movable rack An made to use in his studio. The big photo of his studio is attached on the wall and helps us guess how the rack is used. Unlike mass-produced objects made through societal needs and consent, objects manufactured by an individual for personal use hardly allow people to deduce what they are for. Moreover, by putting the rack that should have been in his studio at the center of the hall, the artist continues questioning its use, functions and meanings. Bow House-Cholong's House, a collaboration with architect Young-B Kim, is a new project to build his doghouse. The title, a reference to Bauhaus, an art school in Germany in the early 20th century, also reflects his sense of humor. As the name hausbau (building a house) suggests, the experimental art school focused intently on the functionality of art, and it was found at the boundaries or borders between art and technology. Perhaps Minwook An tries to re-employ the production method Bauhaus pursued at his Osan studio.

 

Additionally, An is also interested in the performative value of art, which has received huge attention from the modern art world since the 1960s. Plan B Stage (2015) is the 2015 version of his old work of the same name, which was set as a stage at a nonprofit space in Osan in 2014. It is now newly created with the picture of the previous work as a background. In 2014, An removed parts of the ceiling of the exhibition area and temporarily exposed the space that had been usually hidden completely from sight. No one normally recognized that there was an empty space above the ceiling as large as the space below. However, the artist, all of a sudden, asked visitors to turn their eyes to the useless space above the ceiling instead of to the stage he set on the floor. He sent the air from the outside to the top by using an air circulator and faced all the lights towards the empty dark space above the ceiling instead of the stage underneath. Ultimately, the work that lighted the useless abandoned space called people’s attention to the efficiency of architectural design and the existence of the “non-space,” which was functionally stripped of use. As it is, An did not just want to talk about the utility and functionality of art. Instead, he continued asking questions, such as how to promote artistic practices more actively in an inartistic environment or what realistic expression is possible in our society with this type of performative attitude in art.

 

With For A While, The Way into Darkness (2015), An once again tries to intervene in real space. This work was first designed as part of a public art project for underground passages near the Osan Sports Complex but it could not be completed as the project was cancelled midway through. An made some changes in design while preparing this exhibition and displayed it at Culture Factory Osan. Underground passages are unique spaces one needs to pass through to move from one place to another. The old underground passage, which also feels like a cave, subverts our visionary experience in reality, just like the ceiling of Plan B Stage. An makes us immerse ourselves in the out-of-the-ordinary experience of reality by setting the underground passage with wood in the exhibition room. He approaches familiar environments that do not feel special at first by intervening in inartistic environments and conditions we do not really recognize. He pursues the realization of art in everyday life by producing a series of tools that enable the maximization of our ordinary or unordinary experience.

 

Posted by ars2008 트랙백 0 : 댓글 0